큐라레를 추억하는 사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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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라레의 서재

[이벤트]그냥 해모수의 약혼자를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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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튼 사이로 내려쬐는 따끔하면서도 포근한 아침 햇살이 내 반쯤 감긴 눈을 간지럽히며 내게 새로운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는 것을 알렸다.

 뻐근 거리는 몸을 아직은 어색한 크기의 2인용 침대에서 일으키며 햇빛을 가리고 있는 고양이 무늬 커튼과 창문을 열어젖혔다.

 햇빛이 어두운 방을 환하게 밝히자, 방 한구석에서 커피를 훌쩍거리며 마시고 있는 나의 약혼녀, 아니 이젠 아내가 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났었던 거야?”

 아내는 내 질문에 아무 대답 않고 커피를 마셨다.

 나도 내 질문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의 살짝은 매정한 반응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아침 준비할게.”

 벗어두었던 잠옷을 정리해 옷장에 넣어두면서 평상복을 꺼내 입었다.

 아내는 이번에도 내 말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뭐, 이번에도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아니, 조금은 신경 쓰이긴 했다.

 아내가 내게 아무 대답도 안 해서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아침부터 얘기를 나눌 상대가 존재한다는 게 아직은 조금 어색해서였다.

 “뭘 보는 거냥, 바보 해모수.”

 아내가 날 곁눈질로 째려보며, 오늘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줬다.

 무의식적으로 아내를 너무 부담스럽게 쳐다본 모양이다.

 “아, 미안. 모로.”

 조금은 짜증나보였지만, 이 이후에 별말 없이 다시 커피를 훌쩍거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걸 보면, 실제로는 별로 짜증난 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역시 난 아직 아내에 대해 잘 몰랐다.

 하긴 이때까지 만난 거라곤 아르바이트에서나 다른 사람과 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만나던 게 전부였고, 아내의 약혼배경이나 가정환경 같은 걸 제대로 알게 된 것도 결혼식 당일은 되어서였으니,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건 당연한가?

 그래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얼굴 하나 제대로 못 본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괜찮은 편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인거겠지.

 그리고 아르바이트 시절에도 상당히 친한 사이였다고 생각했으니까, 친구 같은 관계부터 시작하면 어떻게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친구. 친구부터 시작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근데 밥은 안 하는 거냥?”

 아, 친구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역시 어색하긴 하구나.

 또 방 안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아내의 존재를 신경 쓰느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잊고 있었다.

 “응. 준비할게.”

 부엌으로 가기 위해 조금 성급한 걸음을 하며 방문으로 향했다.

 우리들의 집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침실만 나서면 곧바로 부엌이 나온다.

 그러나 방문 앞의 벽에 기대서서 침실과 부엌을 가로막고 있는 아내는 나와 자신의 아침 식사를 위해 일부러 몸을 움직일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아내의 다리를 타넘고 가기로 했다.

 현재 백의 한 장만 입고 있는 아내의 다리를 타넘는다는 게 조금 민망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아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아내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나의 이빨자국을 보고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내가 아내를 보고 민망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나와 아내는 확실하게 친구 사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의 다리를 반만 타넘은 자세에서 벽에 기대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 내 얼굴을 붙였다.

 오른팔로 아내가 기대 선 벽을 짚으며 왼팔로 아내의 조금씩 흔들거리는 꼬리를 집어 들었다.

 “아침부터 뭐 하는 거냥! 바보 해모수!”

 당황한 아내의 뺨과 목덜미가 보였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친구 사이가 될 수는 없다.

 “아침 식사는 조금 기다려줘.”

 보통의 친구끼리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보통의 친구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다.




*왠지 해모수의 약혼녀가 모로일 것 같기도 해서......, 의외로 서로 아는 사이이기도 했고......,

*처음엔 얀데레 해모수로 가려고 했음. 근데 갑자기 의욕이 떨어져서 노선을 변경했고, 그냥 이런(...) 해모수가 됨.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거라 전체적으로는 조금 찝찝하게 됨.

#솜씨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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