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를 추억하는 사서들

thumnail_image 인간0호 [인간0호]
큐라레의 서재

그냥 이제 장자 총공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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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냐냥, 불쌍한 모로 박사를 괴롭히지 말라냥......,”

 “흠......, 시끄럽군요. 역시 목줄이 필요한 것 같네요.”

 전속력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며 뛰어다니는 모로 박사와 그런 그녀를 느긋한 걸음걸이로 쫓고 있는 한 손에 가죽으로 만든 목줄을 쥔 장자. 큐라레 마법도서관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장면이다.

 도서관의 사람들에겐 시선 하나 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냥 지나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상당히 식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우에게는, 정확히 말해선 ‘지금’의 미우에게는 어째선지 이 상황이 조금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도서관의 한쪽 구석에 기대앉아서 장자를 계속 주시하고 있던 미우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장자.”

 미우의 목소리를 들은 장자가 걸음을 멈춰 섰고, 그 틈을 타 단숨에 장자와의 거리를 벌린 모로는 다행스럽게도 장자의 검은색 가죽 목줄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흠......, 무슨 일이죠, 미우? 미우 때문에 다 잡은 고양이를 놓치게 됐는데 어떻게 책임지실 거죠?”

 장자가 미우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쥐고 있는 가죽 목줄을 잡아당겼다.

 “우, 웅......, 그게......,”

 미우는 장자의 눈치를 살피며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왠지 ‘그때’의 장자랑 ‘지금’의 장자는 조금 이미지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죽 목줄을 만지작거리는 장자의 손길이 멈췄다.

 그때......, 미우가 장자의 ‘꿈’ 속으로 들어가 장자와 만났을 때. 미우와 장자가 함께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델핀과 셀라, 그 외의 여러 사람들과 외경, 혼돈의 추종자들의 싸움을 지켜보았을 때. 도서관과 자신이 사랑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미우가 장자와 함께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때. 그때의 이야기.

 미우는 지금 그때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뭐랄까, ‘이곳’에서의 장자는 조금 ‘어른’ 같다고 할까, 조금 다가가기 힘든 위엄이 있었는데......,”

 “흠......,”

 “그곳에서 만난 장자는 나랑 같은 ‘소녀’라는 느낌이었어.”

 “그런가요?”

 “응! 왠지 장자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

 “음, 기쁘다니 잘 됐군요. 하지만 그건 전부 미우의 착각일 뿐이에요. 전 여기서도 거기서도 크게 변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장자는 미우에게서 등을 돌리며 다시 모로에게 목줄을 달아주기 위해 발끝을 모로의 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럼 이만.”

 천천히 멀어져가는 장자. 그 모습을 보며 미우는 조금 뾰로통한 얼굴을 했다.

 “웅......, 심술 부렸다고 했으면서......,”

 장자가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미안하다고도 했으면서......,”

 “......,”

 “이때까진 장자에게 그런 말 한 번도 못 들었는데......,”

 “......,”

 “그때의 장자 귀여웠는데.”

 미우가 무슨 말을 해도 장자는 아무 말도 없이 미우에게서 얼굴을 돌린 채 침묵하며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미우는 장자에게 다가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장자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우는 장자의 붉게 물들어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고 내보내고 있는 얼굴을 보았다.

 “장자, 설마 부끄러워하는 거야?”

 “......,”

 장자는 말없이 미우를 노려봤다.

 “장자 귀여워!”

 미우가 뾰로통한 얼굴을 단숨에 환한 미소로 펼쳐내며 장자를 껴안았다.

 “지금의 장자도 정말 귀여워!”

 “미우는......, 정말 짓궂군요.”

 그 말을 들은 미우가 조금 무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장자에게서 떨어져 장자와 약간의 거리를 뒀다.

 “우웅, 미안해. 싫었어?”

 “......, 그건 아니에요......,”

 미우는 다시 장자를 향해 환한 미소를 펼쳐 보이며 장자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장자 귀여워! 좋아해! 사랑해!”

 “......,”

 장자는 아직도 미우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 있지 않았지만 미우의 옷자락을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끌어 잡는 것으로 미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나타냈다.

 “......, 이런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네요.”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은빛 머리카락으로 반쯤 가려진 장자의 얼굴에는 작지만 짙은, 행복한 미소가 드러나 있었다.


 


 “홍냐냥...... 미우냥이......, 장자냥을 손에 넣었다냥......,”

 장자와 미우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모로는 앞으로 도서관에서 펼쳐질 대대적인 서열변동의 폭풍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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