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를 추억하는 사서들

thumnail_image 인간0호 [인간0호]
큐라레의 서재

[이벤트]그냥 여러 감정의 교차를 쓰고 싶었다.

조회수 : 72

-그냥 신부님의 짝사랑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산타가 있지......, 그렇게 해서......,”

 등에 업힌 발렌티노 성인님이 입을 열어 술주정을 부릴 때마다 술 냄새 풍기는 호흡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제가 분명 그 여자랑은 어울리지 않는 게 좋다고 하지 않았나요?”

 성인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양쪽 어깨를 꽉 쥐고 있었다.

 “아앙. 좀 봐주세요.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요......,”

 등에 짝 달라붙어 있는 성인님의 가슴이 내 등을 꾹 누르며 압박하고 있었다.

 “대체 그 콜라만 마셔대는 여자의 어디가 좋은 건지......,”

 성인님이 등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성인님의 허벅지를 최대한 강하게 쥐어잡았다.

 “산타도 자세히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요......,”

 성인님을 등에 업은 채로 성인님의 집 현관문을 낑낑대며 열어젖혔다.

 “아니요. 나쁜 사람이에요.”

 등 뒤에서 들리는 문이 도로 닫히는 소리가 성인님의 이 어둡고 조용한 집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였다.

 “브라운은......, 어째서 산타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요......?”

 성인님을 업고 계단을 로는 건 조금 힘들 일이었다.

 “제게는 정말 나쁜 사람이니까요.”

 “......,”

 성인님은 잠에 빠져들었다. 성인님의 약한 코 고는 소리와 의미불명의 이상한 잠꼬대가 들렸다.

 “......,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당신을 제게서 빼앗아가는 나쁜 사람이에요.”

 성인님을 성인님의 방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드디어 나도 허리를 필 수 있게 되었다.

 자기 베개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곤히 누워있는 성인님의 외투를 조심스럽게 벗기고, 이불을 살며시 덮어주었다.

 성인님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자기 외투를 껴안고, 냄새 맡고, 핥고, 깨물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이건 오늘 일에 대한 수고비예요.”

 성인님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봤다.

 성인님의 뺨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성인님의 입술을 만졌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냥 크리스틴x델핀이 보고 싶었다.


 육체의 피로와 전장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나 달콤한 악몽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꼬마 델핀.

 꼬마 델핀의 손발은 작고 가늘었지만 굳은살과 찢어져 생긴 상처들로 인해 딱딱하고 거칠었다.

 곳곳이 긁힌 상처들로 뒤덮인 팔과 다리는 그 나이 또래의 다른 ‘보통’의 아이들과 달리 단단하게 뭉쳐있었다.

 온통 커다란 멍들로 뒤덮여 있는 가슴과 배는 더러운 땀 냄새와 옷에서 풍기는 곰팡이 냄새, 흙과 먼지 냄새가 뒤섞여 기분 나쁜 촉감과 맛을 자아냈다.

 멍들고 찢어진 뺨과 눈두덩은 아직 작고 부드럽고, 연해, 감촉만큼은 ‘보통’의 아이들과 비슷했지만, 그 뺨과 눈에서 느껴지는 피의 짙은 신맛과 눈물의 짠맛은 다른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입술은 건조하고 푸석했다. 상처로 인해 살짝 갈라져있기도 했다.

 크리스틴은 이런 상처투성이의 그녀가, 꼬마 델핀이 정말 가엾고 불쌍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틴은 이런 델핀을 가질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만이라고 되새기며 다시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크리스틴의 실루엣을 잠에서 깬 델핀의 희미한 눈빛이 쫓았다.

 델핀은 한쪽 눈으로는 멀어져가는 현실의 크리스틴을, 또 다른 한쪽 눈으로는 희미해져가는 꿈속의 크리스틴을 보라보며 자신의 뜨거운 온기가 전해지는 축축한 뺨과 건조하지 않은 입술을 어루만져봤다.




-그냥 카드설명 보고 떠오른 망상이다.


 체페슈는 하데스를 만났다.

 체페슈는 하데스와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

 체페슈는 하데스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하데스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하데스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자신의 흥분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에 언제나 애를 먹었다.

 체페슈는 자신이 하데스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지금 이상의 관계를 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기쁨이었다.

 그 이상의 기쁨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체페슈는 하데스와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에는 영원 같은 게 없다는 것을 체페슈는 잠시 망각했었다.

 하데스도, 체페슈의 행복도 영원하지 않았다.

 “당신은 어째서 죽은 거야......, 왜 죽은 거야......, 하데스......,”

 체페슈는 흐느껴 울었다.

 이제 체페슈에게 남은 하데스의 흔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하데스에 대한 기억과 하데스를 잃고 난 후에 얻은 끝없는 절망뿐이었다.




-그냥 카드일러를 보고 떠오른 망상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걸어왔던 거지?’

 성으로 몰려오는 칼과 창을 든 자들의 무리.

 나의 뒤에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황야뿐이었다.

 ‘아, 고드프루아 공을 위해서였지.’

 성으로 몰려오는 적군의 수와 기세를 보고 동요하는 다치고 지친 병사들 사이로 나는 나아갔다.

 ‘그녀를 위해서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에 다다랐지.’

 성벽을 개미떼처럼 포위하고 있는 징그러운 적들의 군대.

 ‘그녀를 위해 칼을 든 결과가 이건가......,’

 바위가 성벽을 부수고, 적군이 성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그렇다면 꽤 괜찮은 결과군. 아니, 결과는 상관없나.’

 아무리 막아도 치고 빠지며 다시 더 많은 수로 불어나 성을 부수며 쳐들어오는 그들에게 패잔병들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는 거니까.’

 하늘과 땅, 바다, 어디를 봐도 지원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분명히 그녀를 따라왔고,’

 보이는 건 그저 칼과 창을 든 적군과 그 뒤에 늘어선 또 다른 적군, 그리고 또다시 그 뒤에 늘어서있는 새로운 적군.

 ‘이렇게 도달했다.’

 병사들은 죽어가고 공포에 질려간다.

 ‘내게 희망을 주고,’

 나는 묵묵히 나의 창을 쥐고 나의 길을 걸어간다.

 ‘내게 의지를 주고,’

 날 향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내게 사랑을 준’

 내게 울고불고 들려들며 절망감에 무릎을 꿇는 아군과

 ‘그녀를 위해 나는 살아왔다.’

 나의 이름을 부르며 당당하게 성으로 들어오는 분노와 복수심에 찬 적군들이.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고드프루아 공을 위해서 싸워가며 살아남은 나의 인생. 고드프루아 공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소리친다.

 “나는 툴루즈의 레몽! 이 성은 내가 지킨다!”




*대체 발렌티노가 잠꼬대 할 때마다 해대는 ‘고무’는 무슨 뜻일까?

*고드프루아의 일러는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던 레몽을 뒤돌아보며 기쁘게 맞이하는 모습 같았고, 레몽의 일러는 고드프루아를 생각하며 싸움에 나서는 모습 같았다.

#솜씨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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