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를 추억하는 사서들

  • 페이지 런칭 기념 이벤트 1탄! 큐라레 솜씨자랑 타임

  • [이벤트] 도서관 폐관 일주일전 이리스의 책상

  • [이벤트] 와칸다? X <큐라레 포에버!!!>

  • [이벤트][루흐]망령의 사치

    심해에 있는 기분이었다. 물 속에 잠긴 듯한 끝없는 안식 속에서 부유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듯 갑자기 확 끌어올려졌다.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뭡니까, 또." 내 눈 앞에서 해맑게 헤헤헤 웃고 있는 두 소녀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그르렁거리듯 내뱉었다. 저쪽은 마법도서관 사서, 미우. 저쪽은 분명 왕이라고 했었는데... "저는 사자왕. 사마르칸트의 대장군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무튼, 나는 쉴 팔자는 안 되는 것 같다. - "그러니까, 여기가 가상 차원이라는 겁니까?" "우웅, 말했다시피 왕들의 차원에 큰 문제가 생겨서, 지금 차원이 매우 불안정하다고나 할까나, 붕괴 직전까지 꼬였다고나 할까나... 그걸 이용해서 가상의 차원을 만들었어. 바깥 차원보다 시간의 흐름도 매우 느린 꿈 속의 차원이야. 장자의 도움으로 만들었달까나..."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상의 차원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지금 이곳이 남아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이 공간은 사마르칸트의 연무장이었다. 지금은 남아 있을 리가 없는 곳이다. 매우 먼 과거에 그 깃발 녀석에게 처참히 짓밟혔을 장소니까. 대충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사자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왕들의 차원이 큰 위험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적을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강해지도록 수련을 도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거 봐, 나는 쉴 수가 없는 운명이었어. 혼돈으로 돌아간 이후로 나만큼 많이 끌려 나온 마도서는 없을 거야. 속으로 투덜거리긴 했지만, 사자왕의 눈빛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왕의 눈빛이다. 다소 미숙해 보이지만, 저 눈빛만은 정말로- "... 왕의 말씀이라면 얼마든지." 쌍검을 꺼내 들었다. 사자왕이 안심했다는 듯 표정을 풀고 대응하듯 무기를 꺼내 들었다. 미우라는 사서도 헤에, 하고 웃으며 수련 보조를 자청해왔다. 간만에 움직이는 몸은 가뿐했다. -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웅?" 수련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바깥 시간으로는 한 시간 정도 지났다고 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갖느라 나와 사자왕, 마법사서는 연무장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있었다. 첫날부터 궁금했지만, 일부러 감춘 듯 하여 묻지 않았던 궁금증을 결국 입에 담았다. "이곳은 장자라는 분이 누군가의 꿈으로 만든 차원이라고 했지요." "우웅, 약간 다르지만 비

  • thumnail_image Jenniferk 18.06.20

    [이벤트] 큐라레 카페

  • thumnail_image Cledwyn 18.06.19

    [이벤트] 파티는 이제 시작이라구요!

  • thumnail_image 레이창 18.06.19

    [이벤트] 안녕 나의 친구. 나의 큐라레.

    “인류 역사상 최고의 펜팔.” - “그‘두 왕’의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질문에 대한 은둔왕 길가메쉬의 대답. 오랜만입니다. 예상보다 전투가 길어졌습니다. 적군은 북지중해 주변 도시를 중심으로 유격전을 펼쳤고 저희 기병대는 사막에서는 그들의 낙타보다 빠르지 못했기에 추격이 길어질 수 밖에… 아,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이미다 알고 계시는 내용이겠군요. 그 적군의 지휘관이… 당신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이 서두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준비했던 겁니다. 답장이 늦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중략) 보내주신 과일, 잘 받았습니다. 설마이 남토, 사방 어디를 봐도 사막 뿐인…성지(聖地). 모래의 바다에 오롯이 떠있는 대지의 섬 같은 이 성도(聖都)에서… 설마 눈 속에 덮인 과일을 먹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눈이 내 입에 닿은 순간…열병은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제게선물한 차디찬 기적은 과거 이 성도에 강림했던 신의 아들의 축복처럼, 내 안의 모든 아픔을 씻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딘, 정말로 고맙습니다. 아, 라딘 이라는 애칭은 싫어하셨죠?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이렇게 부르는게 좋습니다. 조금은…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중략) 하고 싶은 말과 마음에 너무 많아서…이 편지에 다 담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래도, 우선‘지난 번에 하던이야기’를 마무리 했으면 합니다. 저는 그때 사서님들…네. 라딘이차원의 무녀들이라 부르던 바로 그 세 소녀 말입니다. 사서님들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차원을 주유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시에 방대한 지식과 지혜, 전설과 신비, 과학과꿈에 해박한 그녀들조차도 제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했습니다. 식견과 배려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제게 의미를 주는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라딘,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진정한 왕이란 무엇입니까? 비가 내리는 오후, 성도의 저편에서. 당신의… ----- 가.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겠군. 그대와의 이 서담이 즐겁지 않기 때문은 아닐세. 물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 말할테고, 내일 그대가 다시 묻는다 해도 마찬가지겠지만…지금은 인정하네. 그대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내게무엇보다도소중한 순간이었음을. 그럼에도 마지막 서담임을 통보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야. 네 삶에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으니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8

    [이벤트]그냥 해모수의 약혼자를 상상해보았다.

    커튼 사이로 내려쬐는 따끔하면서도 포근한 아침 햇살이 내 반쯤 감긴 눈을 간지럽히며 내게 새로운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는 것을 알렸다. 뻐근 거리는 몸을 아직은 어색한 크기의 2인용 침대에서 일으키며 햇빛을 가리고 있는 고양이 무늬 커튼과 창문을 열어젖혔다. 햇빛이 어두운 방을 환하게 밝히자, 방 한구석에서 커피를 훌쩍거리며 마시고 있는 나의 약혼녀, 아니 이젠 아내가 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났었던 거야?” 아내는 내 질문에 아무 대답 않고 커피를 마셨다. 나도 내 질문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의 살짝은 매정한 반응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아침 준비할게.” 벗어두었던 잠옷을 정리해 옷장에 넣어두면서 평상복을 꺼내 입었다. 아내는 이번에도 내 말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뭐, 이번에도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아니, 조금은 신경 쓰이긴 했다. 아내가 내게 아무 대답도 안 해서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아침부터 얘기를 나눌 상대가 존재한다는 게 아직은 조금 어색해서였다. “뭘 보는 거냥, 바보 해모수.” 아내가 날 곁눈질로 째려보며, 오늘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줬다. 무의식적으로 아내를 너무 부담스럽게 쳐다본 모양이다. “아, 미안. 모로.” 조금은 짜증나보였지만, 이 이후에 별말 없이 다시 커피를 훌쩍거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걸 보면, 실제로는 별로 짜증난 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역시 난 아직 아내에 대해 잘 몰랐다. 하긴 이때까지 만난 거라곤 아르바이트에서나 다른 사람과 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만나던 게 전부였고, 아내의 약혼배경이나 가정환경 같은 걸 제대로 알게 된 것도 결혼식 당일은 되어서였으니,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건 당연한가? 그래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얼굴 하나 제대로 못 본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괜찮은 편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인거겠지. 그리고 아르바이트 시절에도 상당히 친한 사이였다고 생각했으니까, 친구 같은 관계부터 시작하면 어떻게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친구. 친구부터 시작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근데 밥은 안 하는 거냥?” 아, 친구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역시 어색하긴 하구나. 또 방 안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아내의 존재를 신경 쓰느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잊고 있었다. “응. 준비할게.” 부엌으로 가기 위해 조금 성급한 걸음을 하며 방문으로 향했다. 우리들의 집은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8

    [이벤트]그냥 여러 감정의 교차를 쓰고 싶었다.

    -그냥 신부님의 짝사랑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산타가 있지......, 그렇게 해서......,” 등에 업힌 발렌티노 성인님이 입을 열어 술주정을 부릴 때마다 술 냄새 풍기는 호흡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제가 분명 그 여자랑은 어울리지 않는 게 좋다고 하지 않았나요?” 성인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양쪽 어깨를 꽉 쥐고 있었다. “아앙. 좀 봐주세요.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요......,” 등에 짝 달라붙어 있는 성인님의 가슴이 내 등을 꾹 누르며 압박하고 있었다. “대체 그 콜라만 마셔대는 여자의 어디가 좋은 건지......,” 성인님이 등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성인님의 허벅지를 최대한 강하게 쥐어잡았다. “산타도 자세히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요......,” 성인님을 등에 업은 채로 성인님의 집 현관문을 낑낑대며 열어젖혔다. “아니요. 나쁜 사람이에요.” 등 뒤에서 들리는 문이 도로 닫히는 소리가 성인님의 이 어둡고 조용한 집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였다. “브라운은......, 어째서 산타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요......?” 성인님을 업고 계단을 로는 건 조금 힘들 일이었다. “제게는 정말 나쁜 사람이니까요.” “......,” 성인님은 잠에 빠져들었다. 성인님의 약한 코 고는 소리와 의미불명의 이상한 잠꼬대가 들렸다. “......,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당신을 제게서 빼앗아가는 나쁜 사람이에요.” 성인님을 성인님의 방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드디어 나도 허리를 필 수 있게 되었다. 자기 베개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곤히 누워있는 성인님의 외투를 조심스럽게 벗기고, 이불을 살며시 덮어주었다. 성인님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자기 외투를 껴안고, 냄새 맡고, 핥고, 깨물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이건 오늘 일에 대한 수고비예요.” 성인님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봤다. 성인님의 뺨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성인님의 입술을 만졌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냥 크리스틴x델핀이 보고 싶었다. 육체의 피로와 전장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나 달콤한 악몽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꼬마 델핀. 꼬마 델핀의 손발은 작고 가늘었지만 굳은살과 찢어져 생긴 상처들로 인해 딱딱하고 거칠었다. 곳곳이 긁힌 상처들로 뒤덮인 팔과 다리는 그 나이 또래의 다른 ‘보통’의 아이들과 달리 단단하게 뭉쳐있었다. 온통 커다란 멍들로 뒤덮여 있는 가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7

    [이벤트]그냥 전장의 욕망을 보고 싶었다.

    왼쪽 눈은 이미 파내어져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째선지 이 왼쪽 눈을 도려낼 때 느낀 감각의 고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다. 목을 조이는 차가운 쇠사슬이 너무나 갑갑하고 무거웠다. 숨을 쉬는 데에 신체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목을 감싸는 이 사슬의 감촉이 마치 나의 목을 무자비하게 눌러대는 것 같았다. 뒤틀린 오른쪽 팔목의 감각이 뼈를 타고 내 뇌 속으로까지 전해져왔다. 팔이 뽑혀나간 듯이 팔목 아래의 감각이 전해지지 않았고, 위장이 뒤엎어져 구역질과 함께 위도 함께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고통은 이 부러진 오른쪽 팔목이 내 눈에 너무 잘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이 흉측한 팔목이 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다른 어떤 고통보다 내게 더 확실한 절망을 선사했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시야가 좁아진 지금의 나에겐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 내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선명한 채찍자국이 나있고, 그 채찍자국이 새겨진 부분의 피부는 보기 흉하게 찢겨져있을 것이다. 무릎 아래는 엉덩이나 허벅지와는 달리 이 흐릿한 한쪽 눈으로도 확실하게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내 흐릿한 눈에 무릎 아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없었으니까. 내 신체는 정말 보기 나쁘게 희롱당해 부서져있었다. “화타님.” 오랜 침묵을 깨는 오래간만의 소리. 누구의 목소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어두컴컴한 방에서 나 말고 말을 할 수 있는 건 그녀 밖에 없다. “길평.”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길평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오른손에는 내 다리를 자른 톱을 들고, 왼손에는 내 손목을 부순 망치를 든 길평이 내게 다가왔다. “길평.” 난 길평의 이름을 다시 불러봤지만, 길평은 내 부름에 답하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나를 제대로 보고 있지도 않았다. 이미 그럴 거라 예상은 하긴 했다. “전 그저 평화를 위해 노력했을 뿐이었어요.” 길평은 허공과 나 사이의 무언가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전란이 하루 빨리 없어지길 진심으로 원했어요.” 날 바라보고 있지 않은 길평의 눈을 바라봤다. 길평의 눈에는 빛이 없었다. “적이니까 죽여야 된다. 같은 이유로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에 미친 이 중원을 바꾸고 싶었어요.” 길평은 지금 빛을 찾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힘이 필요했고, 조조 같은 강한 군

  • thumnail_image 유리탑 18.06.17

    [이벤트] 큐라레 포에버 - 002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7

    [이벤트]그냥 조금 어설픈 천재들이 보고 싶었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재밌는 장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어느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당황해하는 에디슨과 그런 에디슨에게 돈으로 만들어진 꽃다발을 내미는 록펠러가 있었다. “에디슨! 어째서 내 제안을 거부하는 거지? 우리가 힘을 합치면 세계정복도 더 이상 꿈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게 되는데!” “누가 너 같은 바보랑 일을 하겠냐! 그리고 나한텐 테슬라가 있으니까, 너는 필요 없다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듯 꽃다발(?)을 들이미는 록펠러의 모습에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 고백의 현장에 와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머, 저 사람 그 유명한 록펠러 아니야?” “정말이네! 지금 저 아이한테 고백하려나 봐!” “나이 차가 꽤 나 보이는데? 고백 맞나?” “저기 고백이 아니믄 뭐 겄나? 저그는 확실하게 프로포즈여.” “프로포즈......, 브이......,” “하, 정말이지. 이런 곳에서도 저런 플레이를......, 못 본 척 하는 겁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러브러브 큥?”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에디슨은 더욱더 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 이제 그만하라고! 사,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잖아!” “응? 사람들? 그래! 사람들을 사로잡는 거다! 우리들의 힘이라면 그런 것쯤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에 반해 록펠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록펠러가 한 손에는 돈다발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에디슨의 손을 꽉 쥐자 주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는 것 같았다. “꺅! 역시 커플인거에요! 그리고 제 말대로 키가 큰 쪽이 공이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오. 밀어붙이는 쪽이 무조건 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소!” “그래요. 낮과 밤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커져가기만 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착각에 에디슨의 동요는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에디슨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아니면 그냥 포기한 표정)을 지으며 록펠러의 돈다발을 낚아채듯 받았다. “알았어! 그래, 한 번 정도는 이 초천재님이 도와준다고! 그러니 이제 제발 그만해!” 에디슨은 사람들의 관심과 착각을 멈추기 위해 록펠러의 돈다발을 받은 듯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은 에디슨의 그 행동에 더욱더 환호했다. “처, 천연공에 츤데레수라니......! 어, 엄청난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7

    [이벤트]그냥 온기를 잃기 싫었을 뿐이다.

    어디로 도망쳐도 주변은 암흑이었다. 빛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도 없는 이 암흑 속에서 나만이 죄여드는 어둠을 피해 어딘지도 모르는 탈출구를 향해 쉬지 않고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다 발에 무언가가 걸려 넘어진 채로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은 이미 내 주변을 모두 감싸 쥐고 있었고, 내가 어디를 향해 도망쳐도 그 어둠들은 날 놓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둠은 너무 크고 강했고, 무엇보다 너무 많았다. 그에 반해 나는 나 혼자만이 고독하고 연약하게 어둠에 벌벌 떨고 있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고, 실제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다. 외톨이인 채로 계속 도망치는 것은 겁쟁이인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괜찮아요......, 사서님이라면 해내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외톨이였던 나를 나르키, 네가 일으켜 세워줬어. 너와 만나 외톨이가 아니게 된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어. 내가 어둠에게서 도망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둠과 싸워낼 수도 있게 해줬어. 이제 날 옭아매는 어둠 따윈 무섭지 않아. 무서운 건 오히려 네 손에서 느껴지는 이 온기야. 너와 너의 이 온기는 이젠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어. 너의 온기가 사라져간다는 게 무서워. 너의 기억이 희미해져간다는 게 고통스러워. 너의 이름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서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워. 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고통 하나 제대로 참아내지 못하는 겁쟁이인 나에게 이런 괴로운 고통은 너무 무거운 짐이야. 그러니 난 다시 널 찾아낼 거야. 널 다시 찾아내서 하루 빨리 이 고통이란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너의 온기를 느끼며, 너와 기억을 만들고, 너의 이름을 부를 거야. 네가 내게 준 온기를, 희망을, 행복을, 격려를, 사랑을, 기쁨을, 신뢰를, 용기를. 나는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 기다려줘. 내가 네가 있는 그곳으로 갈게. 제발 기다려줘. 반드시 널 찾아낼 거야. 제발 날 믿어줘. 이번엔 내가 너를 일으켜 세워줄게. 나르키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웠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언젠가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르키의 손을 잡으며 나르키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꼈다. 나르키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내게로 전해져왔다. 나는 나의 온기도 나르키에게 전해지길 빌면서 나르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나르키......,” 나는 나르키의 이름을 불렀다. “네,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7

    [이벤트]그냥 몽상가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의 찻잔을 티스푼으로 가볍게 쳐대며 닫혀있던 입을 다시 열었다. “정말 나도 조금은 평범하게 가고 싶다고. 평범하게 등장해서, 평범하게 계약하고, 평범하고 영혼을 얻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찾잔의 티스푼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다시 입을 닫나 싶더니, 아니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어서 말한다. “괴테는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왜 컨택트렌즈를 낄 때 한 쪽은 무조건 다른 색깔로 끼라고 하는 건데? 상처 하나 없는 멀쩡한 왼손엔 왜 붕대를 휘감는 거고? 그리고 왜 여름인데도 두꺼운 코트를 입으라는 거야?” 그리고 계속 말한다. “아니, 사슬 같은 거는 가끔 무기로도 쓸 수 있으니까 뭐 그렇게 문제는 아니야. 그런데 안대는 대체 뭔데! 두 눈도 전부 멀쩡하단 말이야! 또 검은 또 뭔데! 난 검 같은 거 잘 쓰지도 못한다고! 뭣보다 괴테가 주는 검은 너무 크고! 거추장스럽고! 무겁고! 화려하고! 창피하다고!” 계에에에에속 말한다. “그리고 난 카페인 들어간 거 싫어한다고! 그런데 왜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같은 걸 마셔야하는데? ‘블랙이 아닌 게 커피가 아닌 게 아니다! 블랙이야말로 우리 내면 속의 씁쓸한 커피인 거다!’ 무슨 말이야, 이거! 그리고 왜 츄파●스 같은 걸 빨고 있으면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괴테에 대해서. “거기다 실내에서까지 선글라스를 써야 하는 이유는 뭔데!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멋있으니까!’ 같은 이유를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말라고! 또 옷은 왜 그렇게 입는 거냐고! 너무 얇잖아? 추워 보이잖아? 되도 안 된 녀석들이 전부 쳐다보잖아!” 메피스토펠레스의 입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돈키호테의 질문으로 비로소 닫히게 되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괴테가 좋은 거야?” 입이 닫히고 얼굴은 빨개지고, 손은 떨리기 시작하는 메피스토펠레스. 돈키호테는 메피스토펠레스를 향해 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덧붙였다. “나는 네가 좋아.” “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메피스토펠레스는 아무래도 돈키호테가 덧붙인 말은 듣지 못한 듯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말을 더듬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티스푼을 잡고 티스푼으로 아무것도 안 들어있는 찻잔 속을 휘저었다. 돈키호테는 그 모습을 보며 아주 잠시 동안 미소를 짓는 입 꼬리가 살짝 내려갔지만, 그것 또한 메피스토펠레스는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6

    [이벤트]그냥 티타임 중에 케이크가 땡겼다.

    이 일은 어느 날에 일어났어요. 체로엔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 연인인 미우에게까지도 말 못 할 취미가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델핀의 여~러 사진들을 모아 밤마다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부비적부비적거리는 취미였어요. 델핀이 어색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라던가, 델핀만 오려내 뽑은 학교 단체사진이라던가, 그리고 출처가 심히 신경 쓰이는 약간 위험한 사진이라던가를 껴안고 밤마다 부비적부비적거리는 체로엔의 모습을 여자친구인 미우에게 보여주기엔 쬐~끔 뭐시기한 모습이죠? 하지만 이를 어째! 그런 뭐시기한 상황이 지금 여기서 펼쳐지기 시작하네요! “그, 미, 미우?” “응?” 아, 체로엔이 겁먹은 강아지 꼴이 되어선 속옷 차림으로 델핀의 사진을 껴안고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귀여운 잠옷 차림 미우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네요. “자고 있었던 게......,” 체로엔은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땅바닥에 처박고 있고, “아, 알람을 잘못 설정해둬서 깼는데, 체로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 걱정돼서 와봤어.” “그, 그렇구나......,” 미우는 일단은 평소와 다름없이 상냥하고 온화한 미소를 피고 있네요. 네. ‘일단은’ 하지만 미우의 표정은 저렇게 온화하고 상냥해 보이는데, 체로엔에게는 그저 처형 전의 최후의 만찬 같은 느낌인가 봐요. 그런데 저렇게 벌벌 떨어서야 최후의 만찬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네요. “그, 이, 이 사진들은......,” 거봐요. 입도 제대로 못 열잖아요? “이건, 그, 델핀이, 조금 위로용으로, 그게 델핀과 미우의 관계도, 나랑 미우의 관계, 조금 복잡. 아니, 그것 말고 이건 확실히 델핀이 너무 예뻐서! 아니, 미안. 이건 델핀이 너무 예뻐서! 아니아니, 그러니까......, 그, 미, 미안?” 아, 물론 입을 열었다고 다 말이 되는 건 아니죠. 저렇게 정말 체로엔 같은 소리를 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다행히도 미우의 미소는 최후의 만찬도, 처형 전 마지막 인사도 아니었나보네요. “풉! 하하하하!” 미우는 웃기 시작해요.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흐뭇한 미소와 같은 미소를 체로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만개하네요. “저......, 미우?” 체로엔은 그저 당황할 뿐이지만요. “괜찮아, 체로엔. 난 체로엔이 옛날에 그렇게 사랑했던 델핀의 사진을 갖고 있어도 상과 없어. 뭐, 몇몇 사진은 법적으로 조금 문제가 되긴 하지만......, 뭐, 그래도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6

    [이벤트]그냥 좀 달콤한 케이크가 먹고 싶었다.

    <제비전의 케이크> 쏟아지는 빗줄기가 초가집의 지붕을 타고 흘러내려 건조하기만 했던 먼지 쌓인 흙바닥을 질퍽한 진흙으로 바꿔준다. “형, 고작 이런 걸로 그렇게 지친 거예요?” 흥부는 놀부의 가슴에 딱딱하게 솟아오른 (케이크!)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눌러준다. 놀부는 약한 신음소리만을 입술을 물어 꾹 닫은 입 밖으로 흘려보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직 제대로 된 건 시작도 안 했다고요?” 흥부는 그렇게 말하면서 놀부의 (케이크!) 깊숙한 곳에 꽂힌 자신의 (케이크!)를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부의 몸이 흥부가 움직이는 (케이크!)를 따라 들썩거렸다. “자, 잠시만, 멈춰! 이젠 진짜 무리라고! 더 이상은......!” “아, 죄송합니다. 통화가 잘 안 들리네요.” 어느 순간부터 양쪽 눈물샘에 눈물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한 놀부는 소리를 지르며 흥부를 말려봤지만, 흥부는 괜히 딴청을 피우며 흥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저희 집 형이 너무 크게 짖어서 말이죠.” 흥부의 (케이크!)가 더욱더 크고, 빨라졌다. 흥부의 (케이크!)가 커질수록, 더욱더 빨라질수록 놀부의 신음소리와 몸부림은 크고 격렬해져갔다. 흥부가 (케이크 크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케이크!)를 놀부의 (케이크!) 속에서 빼내자, 그제야 놀부의 몸부림은 일정 부분 진정되었지만, 놀부의 신음소리는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형도 운동 좀 해내할 것 같네요. 체력이 너무 약해요. 저기 계시는 제비 씨를 보세요. 몸도, 체력도 정말 좋아 보이잖아요?” 놀부가 흘린 (케이크 크림!)을 손가락으로 찍어 핥아 먹는 흥부에게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제비는 자신의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제비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쓰러진 놀부를 그대로 두고 벽 모서리에 멀뚱멀뚱 서있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흥부를 본 제비의 모습은 새로운 공원에 처음 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강아지의 모습 같았다. “저, 저기 나는......,” 흥부는 당황한 상태의 제비의 (케이크!)를 꼭 잡으며 제비에게 속삭였다. “왜 그렇게 가만히 계시는 건가요?” 흥부는 까치발을 해 자신보다 키가 큰 제비의 얼굴 최대한 가까이까지 입을 들이밀고 혀와 입술을 움직였다. “절 그렇게 갖고 싶어 하셨잖아요?” 제비는 흥부 앞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손만큼은 확실하게 요동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이 ‘기회’에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6

    [이벤트]그냥 달콤씁쓸한 디저트를 맛보고 싶었다.

    에어리얼......, 사장님의 행복한 미소를 보았다. “이번엔 프로스페로님이 받아주실까요?” 사장님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름을 흥얼거리며 내가 이때까지 본 적도 없는 여러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들을 선물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아 넣으며 웃고 있었다. 내게는 이때까진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미소를 사장님은 지금 그 자를 생각하며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자의 이름을 되새기며 환하게 미소 짓고, 그 자의 얼굴을 상상하며 디저트들을 만들었다. 사장님은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사장님이, 내가 사랑하는 사장님이 누군가를 향한 사랑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행복하지 않은 일이었다. 머리는 어지럽고, 1000개의 바늘이 뇌의 곳곳을 무자비하게 찔러대는 기분이었다. 배가 울렁거렸고, 손과 발은 창백해져 쥐가 난 것 같았는데, 그 하얗게 변한 손과 발에서 나는 땀은 평소보다 더 끈적거리고 답답한 느낌이 났다. 목구멍 속이 무언가로 막힌 듯이 호흡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호흡은 멈추기는커녕 내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요동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참기 힘든 이것, 행복해하는 사장님 앞에서 내 눈물샘의 눈물이 넘쳐흐르려 했다. “이번엔 분명 받아주실 겁니다.” 뇌가 바늘에 찔려가면서도, 뱃속이 뒤틀려가면서도, 손과 발이 여름 한낮 태양 아래의 얼음처럼 녹아가면서도, 목구멍에 나로선 절대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나면서도, 눈물을 뿜어대는 이 더러운 샘을 흙으로 파묻어버리면서도!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지으며 사장님의 행복을 빌었다. 그게 나를 받아주신 사장님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광기에 빠져 타인에 대한 동정조차 잃은 채 온갖 명분으로 타인을 죽이는 게 정당시됐던 세상. 폭력이야말로 정의이자 규칙이었고, 협박과 배신은 승자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게 당연했던 세상. 그런 세상에 동조되어 미친 세상의 미친 정의를 숭배하며 결과라던가 현실주의를 이유로 타인을 짓밟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지는 주제에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던 내게 처음으로 평화로운 일상의 기쁨을 알려주고 나를 진짜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사장님에게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라 생각했다. “이번 케이크는 정말 잘 됐어요! 달토끼 양이 한 번 맛봐주시지 않겠어요?” 사장님이 주신 분홍색 크

  • [이벤트] [사희/박생] 같은 곳에서

    "돌아가고 싶으신 겁니까?"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늘 그렇듯 다정하고, 온화하게. 독(毒)이야. 저 목소리는 좋지 않다. 사희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듯 미간을 펴며 사랑스럽게 미소지었다. "박생 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오늘은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중요한 일은 대강 끝냈습니다." 박생은 사희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못 본 듯이 굴었다. 사희는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박생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담담한 표정이다. 그의 뛰어난 눈썰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진짜 못 본 건지, 못 본 척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무슨 소리예요? 돌아가다뇨? 여기가 제 집인걸요!" 사희가 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박생이 다정하게 웃었다. 저 미소가 세상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다. 자신이 그에게 특별한 존재일 거라고 멋대로 착각했던 시절. 달콤한 웃음에 취해 맹목적으로 그것을 갈구했던 시절.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사실은 꿀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은 향수를 뿌린 맹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는 다정했지만 사랑하지 않았다. 온화하고 친절했지만- 그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차사가 그러더군요. 요새 무녀님이 우울해하시는 것 같다고." 역시 강림 차사 짓이다. 박생에게 말하지 말라고 귀에 박히게 말했건만 결국 참지 못하고 쪼르르 가서 일러바친 모양이다. 박생에게만은 알리기 싫었는데. 진심 없는 걱정과, 감정 없는 위로를 듣기는 죽기보다 싫었는데. "...역시, 여기는 불편하신 건가요? 돌아가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것에 흔들리는 자기 자신이 싫었던 거였다. 사희는 비참한 기분으로 웃었다. 하여간 나쁜 놈. 속으로 욕을 내뱉어도 기분이 나아질 리는 없었다. "저는 여기가 좋아요. 여기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고,” “예.” “또, 편의를 많이 봐 주셔서 생활하기도 좋고…" 사희가 평소보다 살짝 느리게 질질 끌듯 말을 이었다. 박생은 나직하게 대답하며 조용히 사희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희는 문득 무녀복이 무겁다고 느꼈다. 계속 말해도 될까? 말을 질질 끌면서, 사희는 속으로 끝없이 갈등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아니, 눈치챌지도. …사실 갈등한 것이 무색하게도, 이미 사희의 입에서는

  • [이벤트] [디젤] 지옥

    포드, 그거 알아? 다른 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 사람들은, 혼돈으로 돌아가기 전에 지옥에서 그만큼의 고통을 겪어야 한대. 어느 밤 자신이 포드에게 했던 말이었다. 불은 껐지만 그날따라 잠들 생각은 없었던 우리. 풀벌레 소리에 내 목소리가 조근조근 얹히고, 어둠 속에서 끄덕거리는 네가 유독 사랑스러웠던 날. 달은 살짝 구름에 가렸고, 어스름한 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우리 사이에 내려앉았던 모습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건 너무 무서울 것 같아, 그렇지 포드? 그러니까 우린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말자. 앞으로의 일은 상상도 못한 채 말갛게 웃는 나의 얼굴에 너는 늘 그렇듯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었다. 너는 항상 그랬다. 늘 그랬듯이. 그랬는데. 거기 있었는데. 네가 거기 있었는데. "포드, 여기가 그 지옥일까?"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심장을 강타했다. 아파, 너무 아파. 쥐어짜듯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채 나오지 못한 목소리는 목에 걸려 숨을 막았다. 심장이 찢어지고, 온 몸이 산산조각나는 것처럼 아팠다. 눈 앞에서 나타난 광경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 앞에서 포드와 자신이 시험 운행, 아니 소풍을 나간 그 날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단한 건 없어도 정성이 묻어난 도시락, 따뜻한 햇빛,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너, 포드. 앞으로의 일은 모른 채 화사하게 웃는 우리, 그런 우리의 옷을 봄바람이 가볍게 흔들고 지나갔다. 견딜 수가 없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는데. 지킬 수 있었는데. 네가 거기 있었는데. 나는 무엇에 홀렸던 걸까, 포드.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자폭장치를 왜 달아?, 풍경 속의 내가 입을 열자, 너는 손가락 두 개를 펴고 쭉 뻗었다. 풍경 속의 나는 또 한 번 웃어버렸다. 자폭장치 버튼에 나비가 한 마리 내려앉았다. 그걸 본 우리는 또다시 크게 웃었다. 이내 너는 따뜻한 햇살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너에게 화환은 너무 잘 어울렸다. 한 번 더 너에게 화환을 씌워 주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너와 함께 소풍을 가고 싶은데. "미안해, 미안해 포드, 혼자 둬서 미안해, 포드, 포드," 울음이 섞인 목소리는 그쪽에게 닿지 않았다. 내가 정말 원한 건 저기 있었는데. 소중한 건 저기 있었는데. 다른 건, 저 풍경에 비할 바 없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풍경이 바뀌었다.

  • [이벤트] [소라/바쇼] 그래서 써봤습니다.

    큐라레 내 모든 커플링(?)중에... 제일... 상상하기 힘든 커플이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릴케에... 빙의해서... 한번... 써...봤습니다..... - 평상시와 같은 밤이었다. 늘 그렇듯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소라를 불렀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소라가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올라 내 배 위에 자리잡았다. 흔치 않은 스킨십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소라야, 그거 들었어? 요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대. 수인 차원이랑 우리 작가 차원이 동기화됐다나? 여기저기서 사건이 터지고 있다는데, 사서님들을 또 만날지도 모르겠어." "냐." "읍... 미안해, 조용히 할게. 잘 자, 소라야." 소라가 앞발로 내 입을 누르면 시끄럽다는 뜻이다. 소라의 앞발을 입에서 떼어내고 나도 눈을 감았다. 가슴과 배에서 느껴지는 소라의 체온이 따뜻했다. 노곤하니 몸이 가라앉았다. 아른히 세상이 멀어져가고, 잠에 빠져들까 말까 한 와중에, 숨이 턱 막혀오고 답답한 느낌. 뭐야? 왜 이리 답답..... "으응......?" 눈을 어름하니 떴을 때 보인 건 흘러내리는 금빛 머리카락이었다. 소라의 머리 쪽 털 색과 꼭 닮은. 머리카락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재미있다는 듯 나른하게 웃고 있는 미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남자는 내 위에 누운 채로 침대를 짚은 채 어정쩡한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이거 혹시, 설마.... "소...라....?" "주인님. 깼어?" 그르렁대는 목소리가 웃음기를 담고 있었다. "어, 어, 어으으어어어억....!" "쉿, 주인님. 밤이잖아." 남자가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꾸욱 누르며 웃었다. 소라의 버릇 그대로다. 이게... 무슨.,...? 사태파악이 되기 전에 세상이 빙글 돌았다. 내가 심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너무 놀란 탓일까. 그대로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허어억!!!!!"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햇빛에 정신을 차렸고, 이내 소리지르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소라, 소라 어디 있지? "냐." 침대 한켠에서 소라가 한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양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꿈이었나 보다. 다행이었다. 숨을 내쉬고 소라의 아침을 챙겨줬다. "소라야, 나 무서운 꿈 꿨다?" "냐." "아니, 무서운 건가? 아무튼 되게 이상한 꿈이었어." 소라의 눈빛이 오늘따라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꿈 때문에 괜히 의식하는 건가? 뭐야... 내 고양이 무서워.... 오늘따라 무서워

  • [이벤트] 체로엔, 델핀 if 조각글

    메인스토리가 이렇게 진행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써 본 체로엔과 델핀 조각글입니다. if 1) 자진해서 차원 게이트를 닫느라 남은 델핀 델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원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이제 게이트를 닫기만 하면 끝이다. 델핀은 햄릿의 군대와 함께 이 차원에 고립될 것이고, 다른 자들을 위해 '희생'될 것이다. 델핀은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미우, 나도 금방 따라가게 됐군." 자조적으로 웃은 델핀이 차원 게이트에 손을 얹었다. 신호가, 왔다. 델핀이 눈을 감고, 차원 게이트를 닫는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철컹, 탁. 게이트 닫히는 소리가 단두대 소리처럼 들렸다. 진짜 끝이었다. 이제 이 차원을 폭파시키기만 하면... "아아, 안 늦었네. 겨우 들어왔어, 다행이야. 하하. 하하하." 델핀은 눈을 번쩍 떴다.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덜덜 떨리는 눈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체로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권총을 꺼냈으나 체로엔의 칼날이 권총을 치고 지나갔다. 이성을 잃고 덜덜 떨리는 손은 쉽게 권총을 놓쳤다. 델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빠르게 접근해 주먹으로 체로엔의 얼굴을 몇 번이나 가격했다. 체로엔은 반격할 생각도, 막을 생각도 하지 않고 주먹을 받아내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하하하. 선물은 잘 받았어, 델핀? 델핀, 아아, 델핀." "미우는, 미우한테 어떻게," "델핀, 예전에 내가 네 고양이를 죽일 때도 그랬지. 고양이한테 어떻게, 아아, 델핀, 하나도 안 변했어. 마치 그 때 같아. 그치?" 델핀이 체로엔의 단검을 빼앗아 치켜들었다. 그걸 본 체로엔이 미친 듯이 웃었다. "찌르고 싶어, 델핀?" "너!" "하지만 찌르지 못해, 델핀. 알잖아. 네가 날 찔러 줬으면 좋겠지만, 넌 못해. 델핀. 우리는 그럴 수 없으니까. 그치?" "아아아아아아아악!"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크게 비명지른 델핀이 칼을 스르륵 떨어뜨렸다. 체로엔이 크게 웃으며 단검을 다시 집어들어 품에 넣었다. 체로엔의 시선이 델핀의 얼굴에 가 닿았다. 감정을 이기지 못해 주르륵 흘러내린 델핀의 눈물이 악문 입술 사이로 사라졌다. "아아, 델핀, 그 애를 생각하는 거야?" "시끄러워." "소중한 것이라니. 하하. 델핀,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였어, 애초에. 우리에게 그런 건 있어선 안돼." "입 다물라고." "하지만 결말은 역시 우리 둘이네. 그렇지?" 대

  • thumnail_image 슈키슈 18.06.16

    [이벤트] 성냥 사세요

  • thumnail_image 유리탑 18.06.12

    [이벤트] 큐라레 포에버 - 001

  • thumnail_image 인간0호 18.06.12

    근육질 떡대남 주세요!

  • [이벤트]캐럴의 뒷이야기

  • [이벤트] 디젤, 에디슨 투닥투닥

  • [이벤트] 제가 지켜드리겠사옵니다. 큐라레 팬아트

  • [이벤트] 꽃도령, 큐라레 만화

  • [이벤트] 큐라레 배경화면 팬아트*'-'*

  • [이벤트] 천사의 노래, 큐라레 팬아트*'-'*